교육 현장에서 예술의 의미를 묻다
최희연 작가 , 개인전 《AS LONG AS I: [CONTINUE-HOLD]》 개최

▲전시 포스터
5년간의 교육 현장 경험과 조각·설치 작업을 통해 ‘지속과 보류’, 그리고 과정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인천광역시교육청=김용경 시민기자)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 예술을 가르치고, 학교 밖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해 온 작가가 있다. 부천부흥중학교에서 5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온 조각·설치미술가 최희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최희연 작가는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중앙전시실 에서 개인전 《AS LONG AS I: [CONTINUE-HOLD]》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청년 예술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작가가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며 고민해 온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 작가 자신의 창작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 AS LONG AS I: [CONTINUE-HOLD] - 는 ‘계속하다(Continue)’와 ‘멈추거나 보류하다(Hold)’라는 서로 다른 상태를 함께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작업을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선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가로서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불안과 망설임, 기다림과 결심, 멈춤과 전진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작품과 함께 하는 최희연작가
최희연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 “나는 왜 예술을 계속하는가?” 작가에게 예술은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때로는 작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현실적인 여건이나 자신의 내적 갈등으로 인해 멈춰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멈춤 역시 작업의 일부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작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준비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Hold’는 포기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잠시 멈추어 생각하고, 다시 바라보고, 자신의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Continue’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고 돌아보면서도 결국 다시 자신의 길을 이어가는 행위다. 작가는 이처럼 상반된 두 상태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 안에서 공존한다고 바라본다.

▲전시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대리석과 마천석, 알루미늄 덕트 등 단단하고 차가운 산업적 재료와 라텍스, 비닐, 레진 등 유연하고 가변적인 재료가 함께 등장한다. 특히 《IN OPERATION》 시리즈에서는 석재와 금속, 전산볼트, 라텍스, 체인 등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들이 임의적으로 연결된다. 각각의 재료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작용시키며 밀어내기도 하고 당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긴장 속에서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 관계와 환경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서로를 지탱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PUT MYSELF TOGETHER》 역시 시멘트, 종이박스, 스틸 전선관, 쇠사슬 등 서로 상반된 물성을 가진 재료들을 결합해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제목처럼 흩어지고 흔들리는 자신을 다시 하나씩 이어 붙이며 형태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담겨 있다.
결국 작품 속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완성된 형태만이 아니다. 어떤 재료가 선택되고, 어떻게 연결되며, 무엇과 충돌하고,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는가 하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전시작품
이번 전시가 교육 현장과 연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희연 작가는 지난 5년간 부천부흥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예술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해 왔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과정 역시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수없이 실패하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한다.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최희연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과정의 가치다. 예술에서 ‘멈춤’은 실패가 아니며, ‘보류’ 역시 포기가 아니다. 때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에게 정답과 결과만을 요구하기보다 질문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전시작품
최희연 작가는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다양한 전시와 수상 경력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다.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만나 예술의 의미를 나누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교단과 작업실은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계속 나아갈 것인가?”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도 하나의 메시지를 건넨다. “지금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빠른 결과와 성과를 요구받는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실패할 수도 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한동안 멈춰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 역시 성장의 과정이다.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버티는 힘, 다시 시작하는 힘, 그리고 질문을 계속 이어가는 힘을 이야기한다.
이번 개인전은 단순히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경험이 작가의 창작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작가로서의 고민과 작업 과정이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서로 다른 재료가 충돌하고 연결되면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품들은 학생들에게도 ‘다름이 어떻게 하나의 관계를 만들 수 있는가’, ‘완성되지 않은 과정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예술교육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잘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며,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희연 작가의 이번 전시는 예술과 교육이 만나는 지점에서 ‘과정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에 설치한 작품들
《AS LONG AS I: [CONTINUE-HOLD]》는 결국 한 예술가가 자신의 삶과 작업을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그러나 작가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멈춤과 지속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과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필요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멈추어야 다시 나아갈 수 있고,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버텨야 다음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희연 작가의 이번 전시는 예술가에게는 창작을 지속하는 이유를 묻는 전시이며, 교육자에게는 배움의 과정이 지닌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자신의 질문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 스스로 질문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멈추어도 괜찮다. 다만 질문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나아갈 수 있다. 교육과 예술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 최희연 작가의 개인전 《AS LONG AS I: [CONTINUE-HOLD]》가 학생들에게는 과정과 탐구의 가치를, 교육자들에게는 예술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nara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