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음도 갯벌 말장 제거 활동, 생태교육의 실천적 장이 되다
기후생명정책연구원(대표 장정구)은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인천 강화군 볼음도 남쪽 갯벌에서 대규모 갯벌 정화활동을 벌였다. 이번 활동은 불음도어촌계,경기인천씨그렌트센터,기후생명연구원 이 공동 주최하고 인천YMCA, 강화도시민연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사) 황해섬 네트워크,(사)산과자연의친구, 등이 참여했다. 환경보건기술연구원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정화작업에는 시민과 지역 주민 등 80여 명이 함께했다.

▲마을입구에 걸려 있는 홍보현수막
정화 작업의 핵심은 갯벌에 방치된 ‘말장(건강망 말뚝)’을 제거였다. 말장은 과거 어업 방식 중 하나인 건강망 조업에 사용된 구조물로, 썰물 때 물고기를 가두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갯벌에 박은 나무 말뚝 사이로 그물을 설치해 어류를 포획하던 흔적이다. 시간이 흐르며 이 말장들은 갯벌에 방치됐고, 최근에는 펄과 모래 유실로 말장들이 다시 드러나면서 생태계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작업해놓은 말장
현장을 찾은 7월 25일 강화도 시민연대와 함께 영뜰해변에서 경운기와 트랙터를 타고 남쪽 갯벌로 향했다. 해변 입구부터 갯벌 중심까지는 약 6~7km 거리로, 넓게 펼쳐진 펄 위를 30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갯벌은 바람만이 머무는 공간이었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그곳은 맑고 깨끗했다. 넓디넓은 그 갯벌 위엔 말장이 산발적으로 박혀 있었고, 일부는 썩거나 부서져 무너진 상태였다.

▲봉사자들이 도착 하여 수거시작하는모습
특히 이번 정화 작업에서 눈에 띈 것은 말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수거하는 것’이었다. 길이 1~3m에 달하는 말장은 깊숙히 박혀 있어 맨손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트랙터 등을 동원해 사전에 말장을 뽑아낸 뒤, 자원봉사자들이 경운기에 옮겨 싣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혼자서는 힘든 말장 둘이 같이들어 나르는모습
자원봉사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갯펄에 발을 묻고 허리 숙인 채 무겁게 썩은 나무 말장을 끌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일부 말장에는 낡은 노끈과 녹슨 철심이 엉켜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고, 작업 도중에는 게와 조개 등 작은 해양생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25일 하루 동안 200여 개의 말장이 수거됐고 정화작업 전체로는 1,000개가 넘는 말장이 정리됐다.

▲말장 수거하는 봉사자들
강화도시민연대 정의순 팀장은 “원래는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했지만, 34도를 넘는 폭염으로 인해 하루 일정으로 조기 마무리했다”며 “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갯벌에 대한 책임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말장을 수거한모습
볼음도 갯벌은 단순히 어업의 현장이 아닌 생명 다양성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황해로 흘러드는 접점에 위치한 이곳은 다양한 퇴적환경을 형성하고 있어 상합, 민조개, 동죽, 밤게 등 저서생물과 저어새, 괭이갈매기, 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하는 국가자연유산이다. 2000년에는 ‘강화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로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볼음도 갯벌을 달리는 경운기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볼음도 갯벌 말장 제거활동은 단순한 정화 활동이 아닌 지역 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한 협력의 모범사례”라며 “앞으로 이러한 활동이 청소년 생태교육과 기후환경 시민 교육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영락 볼음어촌계장은 “말장은 제거 후 종류별로 선별하여, 나무는 말려 재활용하거나 땔감으로 사용하고, 노끈과 그물은 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아직도 수많은 말장이 갯벌에 방치되어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과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거한 말장의 모습
이번 활동은 단지 말장을 치운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과 가치를 시민과 학생이 체험한 실천의 장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이어진 갯벌 정화 작업은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 시민에게는 기후위기 대응의 현장이 됐다.
볼음도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이 되기 위한 길은 멀지만, 그 출발은 시민한 사람의 땀방울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nara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