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깊은 자아의 기록”

▲이재은 소설가 강연 홍보자료
“짧은 소설은 삶의 한 조각이자, 때로는 전체를 비추는 창입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김용경 시민기자)2025년 7월 20일(일) 오후 2시, 인천 배다리 책방거리 문화공간 ‘다행&한점’에서특별한 문학 강연이 열렸다.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초청된 소설가 이재은은 삶과 문학, 그리고 자아의 경계를 풀어내며 청중과 깊이 있는 시간을 나눴다.

▲강연 준비중인 이재은 소설가
이날 강연은 인천광역시가 추진하는 ‘인천 시민문화 예술 지원사업’ 에 배다리 사진관 다행 강영희 대표 의 기획 으로 선정이 되어 마련됐다. 작가와 시민이 함께 삶의 내면을 성찰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재은 작가는 강연을 3부 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나는 자주 실패했고, 오랫동안 실패의 감각 속에 머물렀다”고 고백하며, 문학은 그런 실패를 고백하고 견디게 해주는 언어였다고 말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던 삶에서 글쓰기는 '살아남기 위한 방식”'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고요와 고통, 그리고 자유를 이야기했다. 그는 “함께하지 않으면 불완전하다는 사회적 관념을 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법이 곧 자기 삶의 중심을 세우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3부에서는 “작가는 결국 계속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글쓰기는 영감이 아닌 끈질긴 반복이며, “계속 쓰는 사람이 결국 작가가 된다”는 그의 말은 청중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강연 시작전 잠시 대화 하는모습과 강연도중 이벤트 하는모습
서울 출생의 이재은 작가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015년 「비 인터뷰」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1인 가구 특별동거법』, 『한 번 더 해피엔딩』 등 짧은 소설을 통해 고립과 소통, 자아의 흔들림 같은 내면의 서사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강연에서 그는 “나는 오래된 이야기보다 자아의 서사에 더 관심이 있다”며, 성장 드라마나 대중적 플롯보다는 ‘내면의 파편을 직시하고 기록하는 일’이 자신에게 더 중요한 문학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를 가장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짧은 소설 안에 인물의 전 생애를 담아내는 그의 방식은 늘 경이롭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이야기보다 감정의 결을 쓰고 싶다”는 말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소개했다. 현재 그는 '마음만만연구소' 대표로, 소설창작워크숍, 필사, 피드백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학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있다.

▲`인천 책과의 문학의 거리로` 홍보자료
이번 강연은 책방거리 문화공간 ‘다행&한점’을 운영하는 지역문화기획자 강영희 대표가 기획했다. 강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천 인권영화제, 공공미술, 마을사진관, 출판 등 다양한 지역 문화 활동을 이어오며, 사진과 기록, 공동체 문화를 매개로 배다리의 변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도로와 재개발로 단절되었던 배다리에 문학과 책방의 정체성을 다시 불어넣고 싶었다”는 그는 “이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함께 쓰는 시민문학으로 확장할 때”라고 전했다.
이날 강연은 단순한 문학 강의가 아니었다. 글쓰기와 존재, 삶과 실패, 지속과 고독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이자, 작가의 내면 서사와 도시의 공동체 서사가 겹쳐지는 살아 있는 문학의 장이었다.


▲강영희대표 ▲다행&한점 전경(인스타그램캡쳐)
이번 프로그램은 ‘인천 문학가(文學_家+街)’ 시리즈 중 하나로, 다음 강연은 8월 24일, 김태완 안녕마을놀이터 대표가 ‘책 읽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이어간다. 이후 12월까지, 책을 만들고 팔고 나누는 사람들을 초청해 배다리 책방거리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학 프로젝트가 계속될 예정이다.
"계속 쓰는 사람이 결국 작가가 됩니다" 짧은 소설로 삶의 진실을 말하는 이재은 작가와 책방의 거리를 숨결을 불어넣는 강영희 대표. 이들이 만든 이야기와 공간은, 문학이 다시 거리에서 살아 숨 쉬는 배다리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있다.
nara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