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교육청=김용경 시민기자) 인천동구자원봉사센터는 여름방학 자원봉사 특강 프로그램을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원봉사 및 지역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동구의 골목마다 숨어있는 이야기와 동구 플로깅 활동'으로 진행했다.
플로깅은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일정 장소를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이다.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으로, 동구 자원봉사센터는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활용한 역사 탐방과 플로깅을 결합한 기후 위기 대응 활동으로 기획했다.
8월 14일에는 재능중학교 2학년 2반 학생들과 1학년 5반 학생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초 동인천역을 기점으로 수문통 - 동일방직 - 삼화제분 - 자유시장 코스로 진행하려 했으나, 폭염을 고려해 '인천역 - 만석고가 - 만석 우체국 - 신일철공소 - 도쿄시바우라제작소 사택 - 만석어린이공원(현덕 작가의 남생이 단편 소설 등장 지역) - 동일방직 - 삼화제분' 여정으로 변경했다.

▲단체사진
인천역에서 집결한 재능중학교 2학년 2반과 1학년 5반 학생 20여 명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평 없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내가 사는 곳의 역사를 바로 알고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현장 교육을 받았다.
동구 역사문화해설사 김기임 씨의 인사로 시작된 플로깅 활동은 첫 장소인 '만석우체국'에서 오늘 활동의 여정과 의미를 듣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만석우체국'은 일제 강점기 만석동 갯벌을 메우고 일제가 산업단지를 유치했던 곳으로, 대규모 병참 공장과 공업 시설이 세워졌던 당시로는 신도시였다. 1962년 9월에 문을 연 만석우체국은 송월동과 만석동 한가운데 세워진 공공기관으로 60~80년대에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곳이지만, 철로 변에 차단벽이 세워지고 만석고가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만석우체국
다음 플로깅 장소는 2019년 철거된 공장지대인 '신일철공소' 자리(현재 만석어린이집)였다. 이곳에서 철공소에서 만든 못과 고기잡이 배들이 드나들던 시절 인천 경제의 호황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일철공소
뜨거운 8월 햇빛 아래 이동한 다음 장소는 '도쿄시바우라 제작소 사택' 앞이었다. '도쿄시바우라 제작소 사택'은 1943년 공장과 함께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건물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는 설명에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당시의 불편함을 상상하는 듯했다.


▲도쿄시바우라 제작소 안내 및 사택

▲사택 화장실 자리
다음으로는 '만석어린이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현덕 작가의 소설 <남생이>(1938년 연재)의 배경이라는 설명과 함께 소설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남생이 소설 안내
이후에는 '동일방직'을 찾았다. '동일방직' 공장은 1934년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어 2017년 생산 기능을 중단했던 곳으로, 해방 이후에도 국내 최대의 섬유 공장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룩한 곳이지만, 성장 이면에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와 희생이 존재했던 역사적인 장소로 노동 운동의 산실이 되었음을 해설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강경애 작가의 소설 '인간문제'(1934년 연재)의 배경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소설을 통해 그 당시의 비참한 삶을 그려보기도 했다.

▲ 동일방직에 대한 설명을 하는 해설사
무더운 날씨에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 마지막 탐방지는 바로 옆 '삼화제분'으로 정했다. '삼화제분'은 1935년 '풍국제분'에서 1938년 만석동 사이토정미소를 합병하여 건설한 일본인이 세운 제분 공장이다. 6.25 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가 원맥으로 들어와 주변 대한제분(곰표), 사조동아원 제분 공장과 함께 밀가루를 만드는 공장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86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삼화제분 건물 외관은 깨끗해 보인다며 학생들이 신기해했다.


▲ 삼화제분 공장
동구 자원봉사센터 이정덕 사무국장도 학생들과 내내 함께 했다. 그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참여해 준 재능중학교 학생들과 강민정, 박세환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정덕 사무국장
재능중학교 학생들을 인솔한 강민정 교사는 "학생들과 공감, 배려, 소통, 나눔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학생들과 의논하여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며 "올해는 조금 더 나아가 동구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하여 3월부터 월 1회(연간 8회) 봉사 프로그램을 계획해 학급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함께 했다"고 했다.
이어 "여름방학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어 추가로 신청하게 되었고, 개학을 앞두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봉사도 할 겸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1학년 5반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박세환)도 함께 활동하게 되어 더욱 의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날씨가 덥고 습해 힘들었지만 동구 구석구석에 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과 함께 '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노동자의 길 & 플로깅 활동'을 경험하게 되어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강민정 교사
이정덕 사무국장은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해 화도진문화원과 협업하여 서로의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상호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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