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교육청=박진 학생기자) 지난 18일, 인성여자고등학교에서 '오은'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북콘서트의 주제는 '시인 오은'과 그의 청소년들을 위한 시집 '마음의 일', 그리고 작년 5월에 출간된 그의 또 다른 시집 '없음의 대명사'였다.
▲ '없음의 대명사'를 읽는 학생들
오은 시인은 먼저 자신의 시집 '없음의 대명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없음의 대명사'라는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제목처럼 모두 대명사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곳, 그것, 그, 그들, 너' 심지어 같은 제목이면서도 다른 내용의 시들이 수두룩한 이 시집을 사람들이 어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제목을 이렇게 대명사로만 지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목에 대상을 정의하면 시에 대한 해석이 한정된다."
반대로 대명사를 통해 대상을 정의하지 않으면 시에 대한 해석이 무한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없음의 대명사'는 그 어떤 해석이든 답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이 시집을 읽을 때 어렵다고 느낀 것은 여러 정답이 존재하는 곳에서 한 가지 정답만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없음의 대명사'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정답', '정상'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 학생들에게 친필서명을 해주는 오은 시인
다음으로 그는 자신이 '낱말을 모으는 사람'이라며 일상에서 많은 이들이 쉽게 사용하는 단어에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오도가도' 왜 오는 게 먼저일까? 가고 오는 건 안 되나?", "'죽기살지' 왜 삶보다 죽음이 앞서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흘려보냈을 단어들에 그는 의미를 부여하고 창작의 영역으로 이끈다. 그의 이런 '언어의 마술사' 같은 면모는 '마음의 일'이라는 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음의 일'은 청소년 시집이기에 청소년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의 시들이 담겨 있다. 그는 그중 '달봐'라는 시를 소개하며 매일 똑같은 것만 같은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도 다른 건 분명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하루하루를 기념한다면 매일이 기념일이라는 말에 더하여 매일을 기억하고 메모하는 것은 훗날 더 생생한 기억의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래서'의 삶과 '그래도'의 문학이라는 문장을 남겼다. 삶은 이유를 묻고 그 '이유'를 찾는 인과가 중요하지만 문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을, '이후'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이유'를 찾고 있으며 어떤 '이후'를 그려야 할까.
이번 북콘서트는 현실에 지친 학생들의 깊은 곳에 문학이라는 쉼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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